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헨리 나우웬의 아담- "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야!"

사만줌 2025. 3. 9. 18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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헨리 나우웬의 『아담』 –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


헨리 나우웬의 『아담』은 내가 그동안 읽었던 기독교 영성 도서들과는 조금 달랐다. 이 책은 신학적인 지식을 앞세우지 않는다. 대신 ‘사람’과 ‘사랑’, 그리고 ‘존재’에 대해 아주 조용하고 진실한 언어로 말한다. 그 중심에는 한 사람, 아담이 있다. 그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 말도 하지 못하고, 걷지도 못하며,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였다. 누군가는 그의 삶을 불완전하다고, 의미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. 그러나 헨리 나우웬은 아담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깊고 신비로운지를 보여준다.

처음 책을 펴기 전, 나는 아담이라는 인물이 헨리 나우웬의 상상 속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다. 하지만 아담은 실존 인물이며, 헨리 나우웬이 캐나다 토론토의 ‘데이브레이크’ 공동체에서 실제로 돌보았던 사람이다. 저자는 한 신학자로서 명성도 있었고, 하버드에서 교수로도 일했지만, 그 화려한 길을 내려놓고 이 공동체로 들어왔다. 그리고 아담을 1년 넘게 매일 아침 씻기고 옷 입히고,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.

이 책은 그렇게 아담과 함께한 날들의 고백이자,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나는 여정이다.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, 헨리 나우웬이 아담을 단순히 ‘돌보는 대상’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. 그는 아담이야말로 자신의 스승이었다고 말한다.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, 세상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그가 어떻게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르칠 수 있었을까?

헨리 나우웬은 이렇게 고백한다. 아담은 말 없이 사랑을 전했고, 순수하게 존재함으로써 공동체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,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몸으로 보여주었다고. 아담은 아무것도 “성과”로 보여주지 않았지만, 그의 존재 자체가 은총이었다. 이 말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. 우리 사회는 늘 성과와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만, 하나님 앞에서는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담을 통해 깨닫게 된다.


아담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. 책 속에는 헨리 나우웬이 처음에는 그를 돌보는 일에 부담감을 느끼고, 자신의 무능함과 조급함에 실망하는 모습도 나온다. 하지만 점차 그는 아담을 돌보는 시간이 곧 기도가 되었고, 그 침묵의 시간이 자신에게 큰 평화를 준다고 말한다.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위로이다. 우리는 누군가를 돌볼 때, 혹은 함께 있을 때 늘 뭔가를 ‘해내야’ 한다고 생각한다. 그러나 침묵 가운데 머무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.

책 후반부에 아담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. 헨리 나우웬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, 아담이 떠난 후 자신과 공동체에 남긴 변화와 흔적들을 되새긴다. 아담은 말없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. “내가 너를 사랑했고, 너도 나를 사랑했기에 우리는 하나였다”고. 이 문장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.

아담처럼 연약하고 작아 보이는 존재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. 침묵이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고, 행동하지 않아도 존재가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 경험이었다.

『아담』은 결코 길지 않은 책이지만, 마음에 남는 울림은 아주 길다.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잔잔한 위로가 될 것이고,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. 나에게는 후자였다. 헨리 나우웬의 깊고 따뜻한 시선, 그리고 아담의 고요하지만 강력한 존재는 내 삶에 새로운 눈을 열어주었다.

혹시 지금, 자기 자신이 별 볼 일 없다고 느끼는 사람, 남들과 비교하며 위축되어 있는 사람, 혹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. 이 책은 그렇게 지친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“괜찮아, 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야”라고 말해주는 책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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